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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2008년 강남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범죄 이후, 가해자의 어머니가 정신과 의사 정혜신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범죄 보고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한 인간의 내면을 따라가며 심리적 트라우마, 죄책감, 자살 충동, 그리고 회복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합니다. 가해자의 가족 또한 상처받은 존재임을 보여주며, 공감과 이해가 어떻게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였습니다. 가해자의 가족, 특히 엄마라는 존재가 사회의 비난과 침묵 속에서 얼마나 외롭게 고통받는지를 보며, 공감의 범위가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죄와 벌,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 너머에서 인간의 존엄과 회복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정혜신 작가는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그 문장이 깊이 남았습니다. 읽고 난 지금, 나는 누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었는가를 돌아보게 됩니다.
1.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2008년 서울 강남역에서 벌어진 무차별 칼부림 사건 이후, 가해자의 어머니가 작가이자 심리 전문가인 정혜신에게 한 통의 긴 편지를 보내오면서 시작됩니다.
그 편지는 “살려주세요”로 시작해 “저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범죄 직후부터 아들은 수감되고, 어머니는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비난, 단절, 고립, 자기혐오를 겪으며 수년간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정혜신 작가는 이 여성과 1년 넘는 시간 동안 심리상담을 통해 함께 고통을 마주하고, 그 안에 숨겨진 모성, 인간다움,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을 조명합니다.
책은 단순히 상담기록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 사회의 냉혹함,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존재의 애매함과 부정당함에 주목합니다. 이 여성은 “나는 괴물이 아니라, 그저 아이를 잃은 엄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한 마디가, 독자에게 이해와 공감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이 책에서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분 너머의 인간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범죄의 그림자에 묻힌 한 어머니의 절규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공감의 경계를 시험합니다. 이 책은 죄의 무게에 눌린 한 생명을 통해, 고통은 고립되어선 안 되며, 이해는 반드시 단죄 뒤에 오는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그저 ‘살려달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습니다.
2. 공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공감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한 사람의 고통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이고 심리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사회는 피해자의 아픔에 집중하는 동시에, 가해자의 가족을 ‘또 다른 가해자’로 낙인찍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묻습니다: 가해자의 엄마는 죄가 있는가? 그녀는 말할 자격이 있는가?
정혜신 작가는 ‘적당한 공감’이 아닌, 고통의 현장에서 진짜로 그 사람 곁에 머무는 ‘심리적 동행’을 통해 이 어머니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회복시킵니다. 또한 이 책은 공감이란 단순한 이해가 아니라, 존재를 부정당한 이에게 “당신의 고통은 실재한다”라고 인정하는 행위임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심리학적 치유 기록이자, 사회적 소외를 마주하는 하나의 윤리 선언이며, 무엇보다 인간이 인간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가장 실제적이고 절박한 사례입니다.
이 책은 죄와 고통, 공감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가해자의 엄마라는 이유로 침묵을 강요당한 한 인간의 목소리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의 고통을 삭제하는지를 드러냅니다. 정혜신의 동행은 고통의 옆에 '존재해 주는 일'이 얼마나 큰 회복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심리학의 언어를 빌린 윤리적 선언이며, 우리 사회가 외면한 고통을 다시 인간의 자리로 되돌려놓습니다.
3. 윤리적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감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불편한 질문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곧 내가 공감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가해자의 입장을 말할 수 있지?’라는 저항감이 있었지만, 이 어머니의 침묵과 오열, 그리고 사람으로 다시 서려는 의지를 따라가며 나는 그에게 비난보다 손을 내밀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정혜신 작가의 글은 누군가를 치유하는 과정이 얼마나 깊은 공감과 인내를 요구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녀는 ‘고통은 고통일 뿐’이라며, 그 고통에 등급을 매기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고, 독자에게도 공감의 경계를 넓힐 용기를 요구합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결코 편안한 책이 아니지만, 읽고 나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책입니다. 누군가에게 ‘살려달라’는 말이 얼마나 절박한 요청인지, 그 말을 붙잡아줄 수 있는 공감의 힘을 믿게 만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