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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은 2017년에 출간된 단편소설집으로, 7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이야기’, ‘고통과 침묵’, ‘삶과 허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사건보다 감정의 결을 읽게 만드는 서술, 비극을 지나치게 설명하지 않는 절제된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충격을 받게 만드는 힘을 지녔습니다.

『오직 두 사람』은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소설집이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상실, 고독, 기억의 공백 같은 주제를 과장 없이, 그러나 더욱 강렬하게 독자의 내면에 스며들도록 했습니다.

특히 ‘오직 두 사람’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삶과 죽음, 안과 밖, 관계와 단절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누구나 안으로 들어가고 싶고, 때로는 나가고 싶은 공간 속에서, 우리는 결국 누구와 연결되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김영하식 인간 탐구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1. 오직 두 사람 무력함

『오직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은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오직 두 사람 –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후, 아동극 작가로 살아가는 남자의 고독과 상실.
  • 아이를 찾습니다 – 유괴된 아이를 찾는 부모의 애절함을 넘어, 실종이 만든 가족의 균열과 정체성.
  • 신의 장난 –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남자와 그가 저지른 ‘우연한’ 폭력.
  • 풍경 #1 – 문득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일상의 아주 짧은 순간들.
  • 최은지와 박인수 – 학창 시절 이후 단절된 관계 속에 남은 기억과 감정의 잔상.
  • 그냥 사람 – 유명인이 되기를 원했던 한 남자의 잔인한 자기기만.
  • 너무 한낮의 연애 – 불완전한 사랑의 기억, 지나간 감정의 미묘함.

각 이야기의 인물들은 극적인 사건 속에 있지 않지만, 그들의 침묵, 태도, 무표정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과 무력함이 드러납니다. 김영하 특유의 건조한 문장은 오히려 독자에게 더 깊은 정서적 울림을 남깁니다.

이 책은 극적인 사건보다 침묵과 여백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진실을 응시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김영하 특유의 건조한 문장은 오히려 감정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며, 인물들의 외로움과 상실감이 조용히 스며들듯 다가왔습니다. 특히 ‘오직 두 사람’과 ‘아이를 찾습니다’는 인간이 감당해야 할 고통과 그 안에서의 균열, 무력함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감정과 기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어떤 삶도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안처럼 느껴졌습니다.

2. 순간들

『오직 두 사람』의 핵심 주제는 “이야기로 이해되지 않는 삶의 순간들”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인간은 결국 고통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모든 감정은 어딘가 왜곡된 채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직시합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갑니다. 그들은 사건을 겪고도 말하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감정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진짜 슬픔과 상처의 크기가 드러납니다.

또한 김영하는 이야기하는 인간을 의심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허구다. 그러나 인간은 이야기로만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이 인식은 독자에게 ‘말해지지 않은 것’에 주목하는 독서 방식을 제안합니다.

결국 『오직 두 사람』은 삶과 죽음, 관계와 단절, 기억과 망각 사이의 불완전한 이야기들로 엮여 있는 우리 존재 자체를 되묻는 책입니다. 이 책은 말해질 수 없는 고통, 설명되지 않는 상실을 마주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김영하는 언어로 봉합되지 않는 마음의 균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우리 모두가 이해되지 않는 채 살아가는 존재임을 말합니다. 인물들의 침묵과 건조한 태도는 오히려 감정을 더 진하게 전달하며, ‘이야기’의 한계 속에서 진실이 묻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때로 말보다 조용한 시선이 더 깊은 진실을 품고 있다는 것, 이 책은 그걸 가르쳐주는 조용한 철학서였습니다.

3. 공허함

『오직 두 사람』은 짧고 단단한 이야기들을 통해 말보다 침묵이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이나 감정의 폭발이 아닌, 그 직후의 공허함과 혼란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표제작 ‘오직 두 사람’에서 “모든 건물에는 두 사람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과, 나오려는 사람.”이라는 구절은 삶과 죽음, 고립과 연결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관계의 본질을 압축한 듯한 강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김영하의 문장은 마치 감정을 말하지 않고도 느끼게 하는 카메라 렌즈 같았습니다. 그 속에서 인물들의 침묵은 소음보다 더 크게 들렸고, 나 역시 말하지 못한 기억 하나를 꺼내어 보게 되었습니다.

『오직 두 사람』은 단편소설의 미학과 현대인의 감정적 고립을 동시에 담은 수작이었으며, 읽을수록 더 많은 여백을 남기며 독자 안에서 확장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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